답 @Voice__Hong
드림

익숙해진 군악대의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얼마 전 전투에서 승리한 왕의 귀환이었다. 진실인지 아닌지 이번에 병합한 국가의 백성들은 외부에서 온 새로운 왕을 반겼다고 한다. 더 나은 왕이 오셨다는 그들의 믿음이 보답받을지 아닐지, 북쪽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나라의 왕은 소문만큼의 악인일지 에이미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은 롤랜드라는 사회에 혼자 둥둥 떠있는 이물질 같았다.


"사랑하는 국민들이여"


젊은 왕의 목소리가 도시에 울려 퍼진다. 그녀가 앉아있는 구석의 작은 건물에까지 닿는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멎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당당하다. 롤랜드를 구할 영웅왕은 항상 정의의 편이라고, 그 목소리가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스스로를 속여서 나오는 것 인지를. 실제로는 누구보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누가 누구를 속인 것일까. 그들이 시온을 속인 걸까 시온이 사람들을 속인 걸까. 시온이 스스로를 속인건 어디부터이고 어디까지가 그의 본심일까. 난 진짜 그 사람을 알긴 한걸까, 언제까지의 그사람은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내게 말을 하고 있었을까.


사람들의 환호성이 다시 들려왔다. 군악대의 연주도 다시 시작되었다. 왕은 이제 다시 궁으로 돌아갈 것이다. 돌아와서는 다시 책상에 앉으려는 그를 붙잡고는 정원으로 나가 억지로라도 한숨 붙이게 만드는게 그녀의 임무였다. 그 일은 이제 누가 하고 있을까. 아무도 없어서 다시 잠들지 못해서 또 고민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면 그만하라고 말려주고 싶은데.


창문으로 들어온 직사광선에 '책이 바래겠네'라고 중얼거리며 블라인드를 내렸다. 결국 도망쳐버린 내가 그보다 약했던 것이지만, 지금도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신경쓰지 않는 척 하면서 계속 연설문을 읽어내리던 그는, 본인은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아주 잠시 머뭇거린 것이 느껴졌던 그는 본심이어서- 지금도 그 안에 살아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