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시작했습니다! : 총평
감상글은 계속 팀블에 쓰기로 했던 것 같지만, 청춘 시작했습니다만 너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이쪽으로 왔습니다. 루트별 감상은 저쪽에 남겨놨으니 괜찮겠죠.
['청춘'하기]
청춘 시작했습니다!의 설정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누구나 느꼈던 것은 비슷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와 허니비 취향이긴 하네. 근데 너무 억지스럽지 않아? 이런게 어딧어?라는거요.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그걸 이루든 이루지 못했든간에 최선을 다하는 그 순간을 보고 '청춘'이라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인데 이 청춘을 억지로 하겠다고 하는거니까요. 걱정은 바로 그 지점에 있었습니다. 너무 억지스러운 청춘 감동물이 나오지 않을까 했던거죠.
[わざとらしい의 마법]
일본어에 わざとらしい라는 말이 있죠. 억지스럽다는 이야기인데 뉘앙스로는 우리나라의 그거보다는 가볍다고 해야하나. 분명 이 게임에는 わざとらしい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를 억지로 이어가는 느낌의 わざとらしい가 아니예요. 오히려 캐릭터들도 이 행위 자체가 특이하고, わざとらし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시간에 하나라도 반짝거리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느낌이죠. 청춘 시작했습니다!의 청춘은 정확히는 이 노력에서 나오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우리는 전력을 다해 청춘틱한 것들을 모조리 해보겠다!라는 것이 대전제기 때문에 이 이후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그래 청춘부니까 ㅇㅇ 하고 넘어가게 되고 오히려 귀여워하면서 어떤 것을 할지 즐기게 됩니다. 조금은 유치해도 괜찮아요. 그거를 캐릭터도 나도 알고 있거든요. 비눗방울 놀이 같은거야 갑자기 한다고 하면 오글오글 거리는 것이었겠지만 반짝거리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한다고 하니까 오히려 그래 이쁘긴 하지 ㅇㅇ 하면서 넘어가게 되죠. 이건 거의 마법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뭘 갖다 붙여도 O.K.인 마법. 계절별로 깨알같이 이런저런 행사들 챙기는거로 유명했던 스타스카입니다만, 그걸 한층 업그레이드해놔서 즐기다보니 재미있어요. 같은 캐릭터와 봄여름가을겨울을 다같이 보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구요.
저는 이 게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둘 다 연애 관련 장면이 아니라 공통 루트에 있어요. 하나는 청춘부 성립 시기 리히토가 했던 당신들의 청춘부, 재미있어 보이네요. 나머지 하나는 졸업식 마지막의 마지막에 치하야와 치토세가 우리 지금 굉장히 청춘하고있는 것 같지 않아? / 응 했던 그 장면. わざとらしい청춘놀이에서 시작했지만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얘네는 진짜 청춘을 만끽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메데타시 메데타시.
[둘이 아닌 우리]
그리고 당연하지만 청춘은 둘만으로는 할 수 없는거죠. 서론과 공통루트가 길다는 것이야 허니비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만 이 게임은 그것이 극대화 되어있고, 청춘부의 꽁냥거림을 즐길 수 있느냐가 이 게임을 맘에 들어하냐 마냐의 결정적인 차이인 것 같습니다. 둘이서 연애하는데에만 관심이 있다면 분명 '얘네 언제 연애해?'하면서 중간에 놓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냥 치토세나 치하야중 한명에 빙의해서 함께 고3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우리네 고3보다야 훨씬 반짝반짝한 2D의 고3을 즐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놀기도 하고 즐길건 즐기고 때로는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하면서. 물론 이것만 있고 연애가 없다면야 오토메게임으로서는 애매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겠지만 뒷부분에 연애 파트도 공들여서 그려주고 있으니까 괜찮겠죠. 개인적으로는 스타스카때보다 이 제작팀이 훨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청춘부가 개개인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게 또 특이한 점이죠. 가장 소소하게는 코토리, 가장 극적인건 카나데, 그리고 의외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제일 변화했던 하이지까지. 그 '우리'로서의 청춘부가 결국 개개인의 이야기에도 깊숙히 관여되어 있는게 좋았어요. 사실 현실에서 사람 하나가 다른 사람을 지탱하고 바꾸는건 얼마나 힘들어요. 근데 우리가 다같이 한 것이니까, 더 설득력도 있고 안정된게 아니었을까요.
[청춘은 즐겼으니 이제 연애하게 해주세요]
고1때 물리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10대에는 공부를 하고 20대에는 연애를 하고 30대에는 일을 하고 40대에는 돈을 벌라고.
뭐 결론은 공부해!였긴 한데 뭐 확실히 20대의 일반적인 인간사에는 사랑이 가장 큰 이벤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은 듭니다. 저처럼 씹덕 빼고. 그런 의미에서 고3 때까지 청춘은 즐겼습니다!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도 잘 봤습니다! 이제 연애하게 해주세요! 무슨 소리냐고요? FD 내달라고요 꿀벌들아ㅠㅠㅠ 나카무라상 신작 발표 그만하시고 FD 제작부탁드립니다ㅠㅠ